3. 벡터곱과 사원수

2022. 11. 18. 12:59Other Maths

이 이야기는 며칠 전... 이 아니라 불과 어제, 11758번 문제에서 시작한다.

 

하나의 질문을 던져 본다. 벡터곱이 먼저였을까, 아니면 사원수가 먼저였을까?

사원수를 사용하면 벡터곱이 놀랄 만큼 쉬워진다는 것은 곧 포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, 자명한 사실이다.

또한 단위원으로 2차원의 회전변환을 모두 나타낼 수 있듯이, 사원수 상의 단위구로 3차원에서의 회전변환을 모두 나타낼 수 있다. (이것은 또 곧 별도의 포스트로 다루겠다.)

이런 걸 보면 사원수가 벡터곱 및 회전변환을 다루기 위해서 발명된 것으로 보인다.

하지만 아니다. 심지어는 사원수가 벡터보다도 더 앞서 있다!

 

사원수, 기호로는 \(\mathbb{H}=\{a+b+cj+dk\mid a,b,c,d\in\mathbb{R}\}\)로 나타내는 확대된 수 체계는 1842년, 윌리엄 R. 해밀턴이라는 수학자가 발견했다.

사원수의 기저가 되는 i, j, k는 다음과 같은 연산을 만족시키는, 세 개의 독립된 허수 단위라고 보면 편하다.

$$ i^2=j^2=k^2=-1, ijk=-1 $$

그럼 이것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익숙해 보이면서도 흥미로운 결과들이 얻어진다.

$$ ij = k = -ji, jk = i = -kj, ki = j = -ik $$

 

그리고 1846년 발간된 논문에서 사원수의 실수 부를 스칼라 부분, 허수 부분을 벡터 부분으로 부르자는 제안이 나왔다.

그러니까 사원수 \(Q\)를 \(\text{Scal}.Q+\text{Vec}.Q\)로 나타내자는 제안인 것이다.

이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벡터와 스칼라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대목이다.

 

그러면 두 벡터 사원수 \(\alpha=a_1i+a_2j+a_3k, \beta=b_1i+b_2j+b_3k\)의 곱은 어떻게 주어질까? (해밀턴은 사원수의 벡터 부분을 그리스 어 소문자로 표기하기를 즐겼다.)

사원수라고 해서 완전 별세계의 물건은 아니다. 확대된 수 체계라는 것, 그리하여 곱셈의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을 뿐 거의 모든 법칙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.

다만 곱셈 할 때 허수끼리의 순서만 바뀌지 않게 유념하면 다음과 같은 연산이 가능하다.

$$ \begin{split} \alpha\beta &= (a_1i+a_2j+a_3k)(b_1i+b_2j+b_3k)\\ &= a_1i(b_1i+b_2j+b_3k) +a_2j(b_1i+b_2j+b_3k) +a_3k(b_1i+b_2j+b_3k)\\ &= -a_1b_1+a_1b_2k-a_1b_3j-a_2b_1k-a_2b_2+a_2b_3i+a_3b_1j-a_3b_2i-a_3b_3\\ &= (-a_1b_1-a_2b_2-a_3b_3)+\left\{ (a_2b_3-a_3b_2)i + (a_3b_1-a_1b_3)j + (a_1b_2-a_2b_1)k \right\} \end{split} $$

어디서 익숙한 모양이 나오지 않는가?

 

이제 등장하는 사람이 조사이어 W. 기브스이다.

익숙한 이름이라고? 화II를 선택했거나 아니면 물리나 화학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면 열역학과 물리화학 시간에 염증이 날 정도로 자주 들었을 테니까 당연히 익숙하겠지.

G=H-TS, 기브스 자유 에너지의 그 기브스가 맞다.

기브스는 두 벡터 사원수의 곱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곱을 도입해서 아주 깔끔한 모양으로 정리하였다.

$$ \alpha\beta = -\alpha\cdot\beta+\alpha\times\beta $$

그렇다. 우리가 익히 아는 스칼라곱과 벡터곱(내적과 외적)의 탄생이다.

 

그러니 개발자 새싹들아, 3차원 회전을 표현할 때 행렬 대신 듣도 보도 못한 사원수가 나온다고 슬퍼하지 말아라.

원래 그런 것이니... 그리고 에러가 적게 나고 변수를 적게 먹는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?

스칼라곱과 벡터곱의 탄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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